소소한 문장

에세이/다정한 무관심

코코우리 2022. 7. 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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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를 담은 에세이가 아니라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주제를 다양하게 엮는 에세이도 많겠지만, 최근에는 기승전결이 똑같은 에세이가 너무 많다 )
너무 깊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내용과 톤이라 좋았다.
지나치게 진지해서 세상만사 모든 걱정을 다 안고 사는 사람같지도 않고,
너무 가벼워서 훌훌 날아갈것 같은 어조에 그 흔한 감성 타령 한 줄 없는 것도 지극히 고마웠다.
특히나 소수에 대한 대목에서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고,
후반부 여러책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여지껏 내가 읽은 책 목록에 한번도 올라오지 않았던 테마들이 많았다.
여러모로 신선한 느낌.
최근엔 이런 책을 잘 안읽어서 그런가.

재테크 책만 봐서 그런지, 왜이렇게 이 책이 신선하게 느껴질까.

 

 

 

 
 
기득권자는 각자의 개성을 인정받기 쉬운 반면, 그 자체로 개별적인 존재가 되는 반면, 비기득권과 소수자는 하나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퉁쳐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남성은 개개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반면, 여성이나 장애인, 성소수자 등은 무언가 목소리를 낼 경우에 주변에서 그 집단에게 갖는 스테레오 타입, 혹은 대표성을 띤 이야기를 하기를 자동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남성이라고 모두 같은 입장이 아닌 것처럼, 여성이나 성소수자, 장애인 또한 각자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바라보는 사안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속한 어떤 집단을 대표할 것을 요구받는다는 이야기다.
 
 
설령 정말로 ‘농담’이었다고 할지라도, 이 일방적이기 짝이 없는 대화는 일종의 권력 지형도를 보여준다. 
군대의 고참이나 직장 상사에게 아무렇지 않게 농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말하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데 듣는 이는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가.    눈치는 약자의 언어라고 한다. 본인들도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그토록 무신경하면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용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해도 되기 때문이다
 
 
 
인류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존재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류의 트라우마가 되다시피 한 주요한 비극을 둘러싼 담론을 통해 역사란 반복을 거듭한다는 사실을, 집단이란 얼마나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일례로 홀로코스트의 참담함을 알고 있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아주 무자비할 수도 있다는 것, 수많은 베트남 시민을 죽이고 여성을 강간한 이력이 있는 한국인들이 오로지 일본에 대해서만 핏대를 세우고 비판하고 있다는 것, 한국을 비롯하여 동아시아를 압제했던 일본이 그런 기억은 부정한 채로 원폭의 피해자성만 호소하는 현상 등등을 보다 보면, 저러한 모습이 비단 한 국가만의 문제라든가, 개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집단의 보편적인 특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남이 힘들다는 소리는 나약한 인간의 한낱 투정이자 변명, 나의 이야기는 약자의 정당한 서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의 행복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더 심한 폭력과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이 내가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모든 고통에는 맥락이 있으며,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미워진다면 자기 자신을 먼저 살펴볼 일이다. 무언가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것은, 그것이 내 안의 부정적인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외부의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현재의 자신이 불만족스럽다는 아주 강력한 신호다
 

 

 

다정한 무관심

편 가르기와 혐오, 배제를 넘어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하여“우리는 모두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구조의 문제를 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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